11월 일본 중의원(하원에 해당) 총선에서 낙승을 예상하는 여당 자민당 앞에 두 명의 강적이 출현했다.
고()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의 외동딸 다나카 마키코(59여) 전 외상과 정부 산하기관인 일본 도로공단의 후지이 하루호(67) 이사장이다.
대중적 인기를 업고 있는 다나카 전 외상과 건설족()으로 불리는 건설업계 유관 세력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후지이 이사장이 자민당 및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대결하는 양상이다.
자민당은 두 사람의 폭발력이 자민당 압승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고, 제1야당 민주당은 둘도 없는 총선용 호재라고 반기며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나카 전 외상은 직선적 성격으로 입이 거칠지만 대중적 인기는 높은 여장부. 5일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했으며 총선 승리를 통해 지난해 불명예 퇴진을 강요했던 당 수뇌부에 대해 맺힌 한을 풀려고 한다.
다나카 전 외상은 한때 고미즈미 총리를 웃도는 인기를 누렸던 자민당의 얼굴이었으나 계속된 튀는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당내 인사들로부터 미움을 샀다. 결국 지난해 비서관 급료 착복 사건이 터지자 장관직과 의원직을 내놓았다.
출마 예상지역은 부친인 다나카 전 총리가 40여년간 다져놓은 니가타(). 무소속으로 나서 반() 고이즈미 독설을 퍼부으면 자민당 현역 의원의 낙선은 물론 전국적인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민당은 초긴장 상태이다.
한편 대표적인 구조개혁 대상으로 꼽혀온 도로공단 책임자인 후지이 이사장은 6일 국토교통상이 개혁부진을 들어 사임을 요구하자 전 직원과 함께 누구보다 개혁에 앞장서왔다며 일축했다. 그는 사임 요구를 40년 외길 인생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하며 자진 사퇴하면 받게 될 퇴직금 2600만엔(약 2억60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고이즈미 내각에 일전을 선언했다.
지난달 입각한 이시하라 노부테루(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장남) 국토교통상은 첫 타석에서 헛스윙한 꼴이 되자 즉각 후지이 이사장 해임을 선언했다. 하지만 청문회 절차 등에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한동안은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자민당이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당의 합당대회(5일)에 맞춰 김을 빼려고 도로공단 이사장 사임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역습을 당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민당은 그러나 후지이 이사장 해임을 관철함으로써 개혁 반대세력과 싸운다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