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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남은 내 삶 마지막 파티를 열자

Posted October. 17, 20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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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중년 여인에게 내려진 암 선고. 아내로, 딸로, 그리고 어머니로 살아온 삶도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어떻게 생을 정리해야 할까.

극단 컬티즌의 졸업은 인생에서 언젠가 맞닥뜨려야할 죽음의 문제를 다룬 연극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연극치고는 분위기가 그리 슬프지만 않다. 그렇다고 가볍다는 뜻도 물론 아니다.

여자는 생전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아직 죽지 않은 자신을 추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초대받은 사람들 중에는 어릴 적 친구도 있고, 남편과 한때 애인관계였던 젊은 여자도 있다. 평생 어머니를 구박해온 여자의 아버지, 늘 그들에게 도움만 청해온 남편의 친구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여자를 위해 즉석 콘서트를 마련하기도 하고, 여자를 기리는 시를 낭독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은 때로 유쾌하게, 때로 비장하게 여자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며 죽음이라는 예정된 결말로 차근차근 다가간다.

이 연극은 작가와 배우, 제작진 등이 모두 관객이 신뢰할 만한 팀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 이만희는 희곡 불 좀 꺼주세요 용띠위에 개띠 피고지고피고지고와 시나리오 약속 와일드카드 등을 통해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연출가 황인뢰 역시 TV 드라마 샴푸의 요정이나 뮤지컬 하드락 카페에서 감수성 있는 연출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영화 스캔들의 음악을 담당했던 이병우의 음악까지 더해져 연극의 맛을 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연극을 빛나게 하는 것은 중견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다. 이호재와 윤소정의 연기는 실제로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장미자와 김재건의 능청스러운 연기나 원미원과 양정현이 보여주는 수줍고 머쓱해하는 감정 표현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25일11월2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월토 오후 3시, 7시 반, 일 오후 3시, 6시(25일은 오후 7시 반 공연만 있음). 2만3만원. 02-765-5476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