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씨(37)는 3년 전 A은행에서 7920만원의 대출을 받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33평 아파트에 입주했다.
박씨는 얼마 전 대출만기가 됐다는 전화를 받고 만기연장을 위해 A은행 대출담당자를 찾았다.
은행직원은 부동산 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이 3년 전 80%에서 현재 60%로 낮아졌으며 만기연장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60%를 초과하는 420만원을 상환하거나 연 0.2%포인트의 금리를 더 물어야 만기연장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가 사는 아파트가 3년 전 1억2900만원에서 현재 1억6500만원으로 소폭 올라 담보대출 가능금액이 3년 전 7920만원에서 현재 7500만원으로 줄어든 때문이다.
반면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A은행에서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33평 아파트를 구입한 정모씨(43)는 대출금액 일부 상환이나 가산금리를 물지 않고도 만기연장을 받았다.
정씨가 구입한 아파트가 3년 전 2억5500만원에서 6억500만원으로 급등하면서 새로운 LTV를 적용해도 대출한도가 3억원을 넘기 때문이었다.
은행담당자는 정씨에게 대출한도가 많이 남았다며 대출을 더 받기를 권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조건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 거주자들은 규제에서 비켜 있는 반면 강북지역 거주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
강남에서 활동하는 부동산투기자를 겨냥한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이 선의의 실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만기가 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출받은 사람의 상환능력 등을 토대로 산정한 기한연장등급이 낮게 나온 사람에게는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시 LTV를 새로 산정해 60% 이상이면 초과금액을 상환하게 하거나 0.2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리고 있다.
신한은행도 LTV가 80% 이상인 만기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출금의 일부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기존 조건으로 만기연장을 해주되 내년부터는 신규대출에 적용하는 LTV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