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돈앞에 변호사는 없었다

Posted October. 27, 2003 22:53   

中文

일부 변호사들이 변호인의 재소자 접견권을 악용해 구치소에서 사건을 수임하거나, 수감자들에게 담배나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심지어 재산관리까지 해주는 집사 역할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3부(곽상도 부장검사)는 올 7월부터 변호사 7명을 포함한 법조 비리 사범 30명을 적발해 변호사 3명 등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변호사 비리 백태=가장 흔한 법조 비리 사례는 전문 브로커에게 알선료를 주고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 이모 변호사는 200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사무장 5명에게 3억원을 알선료로 주고 142회에 걸쳐 10억3700만원 상당의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모 변호사는 경매브로커에게 경매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 주는 대가로 경매 수수료의 20%를 받아 1600여만원을 챙겼다.

또 다른 김모 변호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감자를 찾아가 10일 이내에 보석으로 석방시켜 주고, 벌금형을 선고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5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이 밖에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를 월 500만원에 고용한 사무장과 수사팀에 인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며 사건 의뢰인에게서 1억원을 챙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검찰에 적발됐다.

집사 변호사=수감자의 방어권 행사와는 무관하게 접견 자체만을 위해 선임되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들도 있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주 2, 3회 면회만 해주고 월 200만300만원을 받았다는 것.

A변호사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안모씨를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100회 이상 접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B변호사는 이용호 게이트의 공범으로 수감된 김영준씨의 부동산을 관리해 주거나, 김씨를 접견하면서 휴대전화를 빌려줘 주식관리인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감자들은 오전과 오후 한 번씩 변호사를 접견해 하루종일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사역을 피하고 검찰 조사나 재판에 대비해 다른 공모자들과 말을 맞추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변호사들은 접견 횟수에 제한이 없는 점을 악용해 한 번 신청할 때 30명 안팎의 재소자에 대해 접견을 신청해 이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기도 했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 주변에서 접견을 주업으로 삼는 집사변호사가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솜방망이 처벌=검찰은 적발된 변호사 7명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3명이 구속 기소됐다가 2명은 풀려나 지금은 1명만 구속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원이 변호사들에게 관대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브로커에게 알선료 1억원을 지급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알선료 3억원을 제공한 변호사는 적부심에서 석방된 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3500만원의 알선료를 제공한 변호사는 구속 기소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났다.

또 수감자에게 담배나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 행위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변호사들의 불법 행위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