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을 매입해 줄 것을 직접 부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씨의 땅을 위장매매해 노 대통령측에 1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회장은 13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경선 때 노 대통령이 직접 내게 용인 땅을 매입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에 연루돼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은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도 경선 때 장수천 빚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참여했던 이씨의 용인 땅이 경매에 부쳐질 상황에 처하자 노 대통령이 강 회장에게 직접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 강 회장은 이씨와의 토지 매매계약을 해지한 경위에 대해 노 대통령 당선 후 주위 사람들이 용인 땅 매입을 놓고 땡잡았다고 운운하는 데다 이씨도 땅을 돌려주길 바라는 눈치였다며 나도 어차피 노 대통령을 돕겠다고 한 일이므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통해 받은 썬앤문그룹의 돈 1억원에 대해 돈의 성격은 판단하지 않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 회장에게 준 20억여원에 대해서는 용인 땅 매매대금을 갚은 게 아니라 살림살이하는 사람으로서 예비식량으로 맡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씨가 대표로 있던 생수판매회사 오아시스 워터 사무실이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 소유의 건물에 있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안씨는 그 이유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장수천 사업 초기 대표였던 홍경태씨가 문 회장의 고교 후배라 건물을 얻어 쓴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어떤 사안이든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재판과정에서 나온 얘기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회장의 조세포탈 및 배임 사건과 용인 땅 매매 사건을 병합해 심리키로 했으며 다음 공판은 27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김수경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