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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목고

Posted February. 12, 20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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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녀를 특수목적고교에 보내느냐, 일반고교에 보내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대학입시를 향한 경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특목고와 일반고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3년 뒤 대학입시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특목고가 외국어나 과학영재를 양성하는 학교라는 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유리한 쪽이 어디냐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특목고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특목고는 명문고를 의미한다. 지역 내에 좋은 학교를 가져야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자녀교육 때문이고 대도시 주민들도 공교육에 불만을 품고 조기유학이나 이민을 택하는 실정이다. 교육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지자체들의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의 특목고 위상은 혼란스럽다. 특목고가 단순히 명문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한데도 현실에서는 명문고로 통용되고 있고 어린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인식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특목고 출신들은 대학입시에서도 어정쩡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학력수준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고교평준화 체제의 맹점 탓이다. 우수한 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의 졸업생들은 내신의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높게 받고도 내신 등급이 낮아 입시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능이 절대적인 학력기준은 아니지만 누가 보아도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학생이 탈락하는 것은 실력경쟁 체제에서 불합리한 일이다.

서울대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특목고 졸업생의 합격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목고 선호도가 더 높아지게 되고 아울러 당초 설립목적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학부모들이 좋은 수업 분위기와 여건에서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모순으로 가득찬 중등교육을 바로 잡으려면 정부가 학부모의 이런 마음부터 읽어야 한다. 방법은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