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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하코다테

Posted March. 10, 20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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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톰 크루즈)이 개화기의 일본 정부에 용병으로 팔려가 개화에 저항하는 수구파 사무라이를 상대로 싸우다가 일본 무사도에 매료돼 오히려 사무라이 편에 선다는 스토리다.

거기에 등장하는 개화기(1860년대) 일본의 풍경. 홋카이도 최남단 항구도시 하코다테()는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가 증기선을 타고 입국하던 일본의 국제무역항을 연상케 한다. 1854년 5월 개항에 앞서 검은 배(당시 일본인은 미국의 증기선을 보고 이렇게 불렀다)를 이끌고 온 미국의 페리 제독이 위세를 과시했던 곳이 바로 여기고, 그 위세에 눌려 저항은커녕 잔치를 열며 호의를 표시한 곳이 바로 여기기 때문이다.

나가사키 요코하마와 함께 일본 최초의 국제무역항이 된 역사의 도시 하코다테. 그러나 최근 찾아간 북방의 이곳은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 한 채 흰 눈에 덮여 그윽한 정취만을 자아내는 소도시였다. 삿포로에서 남쪽으로 320km. 특급열차로 3시간 거리다.

역사가 숨쉬고 낭만이 어우러진 일본 소도시의 겨울정취를 조용하게 즐기려는 이에게 하코다테는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서양풍 마을,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눈발, 언덕과 시내를 오가는 전차(로멘덴샤). 하코다테의 매력을 더한다.

미국의 페리 제독이 함선을 이끌고 도쿄의 에도만을 찾아와 함포외교를 벌인 것은 1853년. 이후 6개월 만에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는 외세에 문을 연다. 그리고 1858년 일본이 미국 네덜란드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과 수호조약을 체결하면서 요코하마 나가사키와 함께 국제무역항이 된다. 이 무렵 쏟아지듯 들어온 서양 문물. 1871년 홋카이도 행정청이 삿포로로 옮겨갈 때까지 하코다테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던 홋카이도의 관문이자 중심이었다.

그런 하코다테의 역사를 더듬자면 쓰가루해협(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이 내려다보이는 하코다테산 언덕 모토마치의 산책로가 제격이다. 외국인 묘지로부터 옛 하코다테 공회당과 하리스토스 정교회, 페리 제독의 동상 등이 4.7km의 산책로 주변에 산재해 있다.

세이칸해저터널은 하코다테의 특별한 관광지다. 쓰가루해협 해저로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터널인데 길이가 무려 53.85km다. 터널 중간에는 전시관과 캐릭터공원이 있어 기차에서 내려 관광도 할 수 있다. 하코다테역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출발 전 예약하면 무료안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이칸해저터널보다 더 특별한 것이 있다. 하코다테와 세이칸해저터널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차창을 통해 감상하는 철로변의 아름다운 겨울바다 풍광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에 드러난 한가로운 어촌과 바다 풍경. 영화 철도원의 한 장면이 생각날 만큼 운치가 있다.

오누마() 지역은 하코다테의 정원 격으로 개발한 자연공원. 열차를 타고 삿포로 방향으로 25분 가면 닿는다.국정공원() 오누마는 활화산(고마가다케해발 1131m)과 그 앞에 펼쳐진 광활한 3개의 늪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 매력 포인트. 그래서 신일본 3경()에 들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