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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여러분 이렇게 뛰세요

Posted March. 12, 20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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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는 자신을 알아가는 좋은 공부다. 오랜 시간을 뛰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스터스마라톤은 기록보다는 즐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욕심을 내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갖고 달리다 보면 기록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서울국제마라톤 코스는 어려운 곳이 없어 자신의 평소 컨디션대로만 뛰어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616km=군자교 네거리 바로 앞까지 완만한 내리막이다. 5km지점인 을지회관부터 7.5km지점인 을지로입구역까지 표고차 10m의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초반이라 부담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반이라 힘이 넘쳐 내리막에서 페이스가 빨라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초반 오버페이스는 레이스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음료수대를 지날 때마다 약간 목을 축일 정도로 물을 보충해야 한다. 국보 1호 숭례문,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 임금이 농민들과 모내기 행사를 했다는 답십리 등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며 달리면 힘이 덜 든다. 길가 시민들 박수에 손을 들어 답례 해주는 것도 잊지 말자.

1630km=잠실주공 5단지 523동이 있는 22km 지점까지 오르막길. 표고차는 약 25m. 상체를 약간 숙이고 달리는 게 좋다. 이때쯤이면 근육이 풀어지고 몸도 점점 더워진다. 빨리 달리고 싶겠지만 참는 게 좋다. 21km 지점인 잠실대교를 지날 때면 오전 9시에서 10시. 시원하게 뚫려 있는 한강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즐겁게 달리면 된다. 30km 지점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204동에 이르면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3042.195km=36km지점인 도시개발아파트 101동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코스. 하지만 이때가 고비다. 마음 한구석에 그만 포기해 버릴까하는 생각이 들 때다. 하지만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자. 이곳부터 41km지점인 종합운동장 사거리까지 표고차 10m의 완만한 오르막. 마스터스들에겐 보스턴의 하트브레이크 힐(눈물고개)이 연상될만큼 힘든 곳. 잰걸음인 쇼트 트로트 주법으로 힘 손실을 최소하며 달리자.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잠실경기장에 들어서서 육상트랙을 따라 달리면 큰 성취감이 밀려올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곧바로 눕거나 주저앉지 말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줘야 회복이 빠르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