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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강금실 장관의 발언 잘못됐다

Posted March. 16, 20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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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대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그제 발언은 명백히 잘못됐다.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가 초유의 일로 이에 관한 선례나 관련 법규가 없어 법무부가 유권해석의 주무부처가 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강 장관이 나설 때가 아니다.

강 장관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회가 국민의 주권을 무시하고 탄핵했다고 했다. 부적절한 발언이다. 불법 대선자금으로 비난받고 있다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탄핵 반대라는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도 법무장관이 국회의 합법적 행위에 대해 어느 일방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야 되겠는가.

강 장관은 새 국회가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는 점에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이 또한 잘못됐다. 법에도 없는 내용을 유추해서 언급한 것도 그렇지만, 명백히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만 소 취하가 가능하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쉽게 말해 검찰총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분명한 오류나 하자가 없는 기소 사건의 소()를 멋대로 취하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강 장관은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통상적인 업무만 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학설이라고 했다. 관리자 역할이 통설임은 맞다. 그러나 이에 관한 어떤 법 규정도 없기 때문에 중요한 인사를 하더라도 그 효력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툼에 실익이 없는 발언으로 고 대행과 갈등을 빚고 있는 듯이 비칠 이유가 없다.

강 장관은 말을 삼가야 한다. 살얼음판 같은 정국이다. 법무장관이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과도대행체제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언행을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