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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파병풍" 각당 촉각

Posted April. 09, 20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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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한국인 억류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가 총선 정국의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파병 찬성입장을 분명히 밝힌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파병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파병시기 재조정론이 제기되고 있어 파병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천막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통과된 약속은 지켜야 하며 전 세계가 한국의 국제적 신의가 어떠한가를 주시하고 있다며 국가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는 국제사회에 설 땅이 없다며 파병 찬성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다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파병 성격과 시기 등은 정부가 잘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유사시 파병 시기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파병 문제의 정치 쟁점화는 경계했다. 이라크 변수가 선거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경우 당의 상승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이날 경기지역 지원유세에서 파병은 국가적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파병안을 통과시켰던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파병 원칙의 큰 틀은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근태() 원내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6월 말 이라크 임시정부가 주권을 이양 받은 이후 파병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지도부간 이견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파병에 반대해 왔던 열린우리당 지지층에 대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으로서의 역할과 지지층 세력 결집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라크 변수와 대통령의 부재 상황이 맞물려 한동안 잦아들었던 탄핵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면 반전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 처리시 권고적 반대 당론을 채택한 만큼 파병안에 찬성한 한나라당 및 열린우리당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터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파병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한-열 공조이자 평화파괴 공조라며 파병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전통적 지지층에게 U턴의 명분을 제공하는 한편 열린우리당의 내부 분란을 촉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이날 경남 창원에서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면 파병을 지지했던 한나라당 박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제3당이 되어 파병 자체를 무효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