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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미국 부통령

Posted April. 15, 20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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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서기장에게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 같은 인재를 찾아낸 비결을 물었다. 고르바초프는 수수께끼를 맞혀 발탁했다며 당신의 형이 아닌 당신 아버지의 아들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더니 즉각 접니다라고 대답하더라고 설명했다. 부시는 귀국하자마자 댄 퀘일 부통령에게 같은 문제를 냈다. 퀘일은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국방장관 딕 체니를 찾았다. 체니가 답은 저죠라고 대답하자 퀘일은 부시에게 달려가 답은 체니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부시는 멍청이, 답은 셰바르드나제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자서전에 나오는 농담이다.

퀘일은 재임 내내 멍청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부시의 러닝메이트로 뛰면서 대선 승리를 일궈 낸 공신이다. 부시가 그를 선택하자 실수가 아닌가 하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어쨌든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는 데 기여했다. 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실용주의자 앨 고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해 유권자들에게 변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조지 W 부시는 체니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자신에게 부족한 중량감과 경륜을 보강했다.

부시는 올 대선에 나서며 다시 체니를 러닝메이트로 정했으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는 아직도 고심 중이다. 남부의 표를 얻기 위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선택할 것인가. 중서부 표밭을 위해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을 발탁할까.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선택해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할까. 박빙의 대결에선 부통령 후보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으니 요모조모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선은 남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제부터 시작된 체니 부통령의 방한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우리의 관심사다. 북핵, 이라크 파병 등 현안이 만만치 않다. 방한 반대 시위를 하며 민감하게 대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스페인의 경우에서 보듯 국민 대중의 지지가 없는 한 지도자들만의 지지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미국은 반미시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자칫하면 국내 여론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