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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혼 통계

Posted April. 20, 200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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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통계학에서 경구()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얘기다. 실제로 통계는 특정 시책을 밀어붙이는 근거가 되곤 하며, 진실을 왜곡하거나 오도하는 방편으로도 악용된다. 선거 때마다 각 당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이른바 자체 여론조사와 행정 당국의 주민 여론조사는 그래서 쉽게 믿을 게 못 된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도 나는 내 스스로 조작한 통계만을 믿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법원 행정처가 종전의 이혼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의 이혼율은 특정 연도의 결혼건수와 이혼건수를 단순 비교 하는 방식. 이 방식으로는 2002년 결혼한 부부가 30만6600쌍이고, 이혼한 부부는 14만5000쌍이므로 이혼율이 47.4%에 이른다. 법원행정처는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 결혼횟수 대비 총 이혼횟수를 이혼율로 산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에 따라 현재 생존 인구의 전체 결혼건수 2815만여건에 전체 이혼건수 262만건을 대비하면 이혼율은 9.3%로 줄어든다.

눈길이 가는 것은 법원 행정처의 문제 제기 사유다. 이혼에 대한 국민의 혼란을 해소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이혼에 관한 심리적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혼이 예외를 지나 보편이 되고, 이를 훈장처럼 내세우기도 하는 마당에 실제보다 높은 이혼율이 자칫 참고 사는 내가 바보이거나 혹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녀들을 홀로 결혼식장에 들여보내기 싫어 가정을 지켜 내고 결국은 남편과 화해한 여성도 있다.

종전 방식으로는 두 쌍 중 한 쌍이, 법원 행정처 방식으로는 열한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하는 셈이니 통계의 마술이 놀랍다. 마음 한구석에 위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계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실제 이혼이 주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체감 이혼 지수는 심각하다. 이혼에 있어서 남자는 가해자요, 여자는 피해자라는 고정관념도 깨진 지 오래다. 불행한 결혼생활보다는 홀가분한 이혼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정신적 상처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