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비()아파트촌이 최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규제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4동과 방배동, 강남구 논현1, 2동과 역삼동, 삼성동의 중고가 빌라와 다가구,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이 대표적인 경우. 월세가 지난해 가을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고 매매가도 지난해 1029대책 이후 정체를 면치 못하는 등 매물은 쌓이고 수요자는 없는 형편이다.
썰렁한 주택가=2일 오후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 중개업소들에는 급매-80평 빌라 6억5000만원 60평 월세, 150만원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반년 전에 비해 2030% 이상 싸진 가격이다. 새로 지은 빌라나 다가구주택들 앞에도 특가 분양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4060평형대 빌라의 평당 매매가는 800만1200만원, 60평형 이상 고급 빌라의 시세는 1500만원 수준으로 2, 3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월세는 오히려 하락해 600만1000만원대의 고급 빌라들은 400만800만원대로, 150만200만원 하던 중고가 빌라들은 100만150만원대로 떨어졌다.
센츄리21KS공인 김승 대표는 인근 빌라의 3040%가 팔리지 않거나 임대 손님이 없어 비어 있다면서 고속철도 개통 이후 알스톰사 직원 등 프랑스인들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논현동이나 역삼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논현동의 경우 대학가 앞에서나 볼 수 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월세방도 눈에 띄었다. 빌라도 평당 매매가는 1000만원대 미만이 많았다.
선릉역 부근 재원공인 이경순 이사는 지난해 겨울부터 매물이 많아지더니 올 봄 들어서는 쌓이기 시작했다며 가전제품과 편의시설이 포함된 10평짜리 호텔식 옵션방의 경우 월세 130만원하던 것이 현재는 100만110만원이며 70만원짜리 방은 40만50만원까지 떨어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와 전망=전문가들은 1, 2년 새 빌라나 다가구주택이 워낙 많이 생겨난 데다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좋은 고급아파트촌이 늘어나며 비아파트촌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경기 양극화로 인해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회사원들이 강남을 떠나는 것도 이유로 보고 있다.
지역별 원인도 있다. 반포4동은 주 거주자들인 프랑스인들이 많이 떠났고, 논현동 다가구촌은 룸살롱 경기불황으로 인해 직업여성들이 방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 예일부동산 강종우 과장은 현재 논현동 일대 빌라와 다가구주택 공실률이 20% 가까이 된다며 독방을 쓰던 유흥주점 종업원들이 최근엔 2, 3명이 한 방을 쓰는 경우가 많아 월세가 20% 이상 싸졌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또 최근 1년 새 매매거래는 고작 1건밖에 못했을 정도로 경기가 바닥상태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주상복합 등 표준화된 고급 아파트들이 생겨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가 빌라 수요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공급 과잉과 경기 양극화, 부동산시장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대출금이 낀 경매물건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