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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이후 워크아웃 일단락

Posted May. 05, 200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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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생은 절반의 성공=1998년 당시 정부는 워크아웃에 들어온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 되면 회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세웠다.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워크아웃 대상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5 이상인 기업은 41.4%, 1.5 미만인 기업은 58.6%였다. 결국 워크아웃제도를 통한 기업 회생의 성적은 절반에 못 미치는 성공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 강동수()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맞은 당시 정부로서는 기업의 회생보다는 은행의 회수율을 높여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서 이후 채권단은 워크아웃 기업에 추가로 지원한 액수의 3배가 넘는 채권을 회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은행권의 기업구조조정 능력은 대단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금융권은 워크아웃을 통해 쌓은 기업구조조정 능력을 지난해 3월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 보여줬다.

당시 하나은행은 초기 워크아웃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국내 채권단과 해외 채권단의 차별 대우 없이 매끄럽게 사태를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의 옥석 가리기 제대로 이뤄졌나=전문가들은 워크아웃제도가 채권 회수에만 집중돼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최범() 해외사업본부장은 워크아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 도입의 주체였던 정부가 산업정책에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미래의 성장 동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의 생사가 은행에만 맡겨져 반드시 살렸어야 할 기업이 청산되거나 죽어야 할 기업은 살아난 사례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한 화섬, 제지업체들 일부는 관련 업계의 정상적 경쟁체제를 훼손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A화섬업체 관계자는 수조원의 부채를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 섬유업체가 금융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저가 공세를 펴자 우량업체였던 대한화섬이 생산량을 감축했고 코오롱도 지난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채권단의 워크아웃 기업 처리에 대한 원칙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입찰 지원자로 중국 등 외국계 기업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조선업계 3위인 대우조선해양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워크아웃 졸업 서둘러야 한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단이 대주주인 워크아웃 기업 35개사 중 2004년 4월 현재 새로운 주인을 찾은 곳은 16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19개 기업 중 상당수는 워크아웃을 졸업해 경영이 정상화됐지만 여전히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특성상 채권단 관리가 장기화될수록 적극적 투자는 힘들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계속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98년 당시 금감원 심의관으로 워크아웃 시스템을 설계했던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자가 아니라 채권자인 은행들이 경영권을 계속 갖고 있으면 기업의 적극적 투자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제조업체를 56년 이상 관리할 경우 설비투자 노후화 등으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라도 주인 찾아주기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이 많은 상황에서 워크아웃 기업 매각이 단시간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A은행의 기업구조조정 담당 부행장은 기업을 매각하면 반드시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만큼 추진 주체가 과도한 부담을 져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매각 대상 기업 내부의 노조와 임원들까지 고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새 주인 찾기를 반대하고 있어 매각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광토건을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킨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기업도 사람과 같아서 중환자실에 너무 오래 뉘어두면 살아날 확률이 줄어든다면서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익 창출 수단을 마련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서둘러 워크아웃을 마무리하는 것이 기업과 은행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