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가량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해 당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 의장은 총선도 끝났고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 참여정부 집권 2기가 시작됨에 따라 당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노 대통령도 정 의장의 뜻을 수용한 것 같다고 박영선() 대변인이 16일 전했다.
정 의장은 이르면 17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 의장의 입각 여부는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지만 당분간 휴식 후 입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휴식을 취한 뒤 새로운 모색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한 측근도 대통령의 뜻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대통령의 입각 권유를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정 의장은 16일 비서실 직원들과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관람하고 오찬과 만찬을 잇달아 하면서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
정 의장의 사퇴로 차기 당 의장은 당헌에 따라 111전당대회에서 2위 득표를 한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자동 승계하게 된다. 관심은 신기남 과도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그동안 비()당권파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7, 8월경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신기남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대를 개최하려면 상임중앙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데다 지구당이 폐지된 상황에서 선거인단 구성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전대를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도 개인적으로는 당장 전대를 열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전대 개최는 내년 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국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새 리더십 구축 요구가 분출할 경우 조기 전대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한때 차기 당 의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열린우리당 국정과제수행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특위는 청와대의 주요 국정 과제, 예컨대 지방분권화나 동북아경제중심 프로젝트 등 핵심 과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하고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어서 한 위원이 신기남 의장 체제를 보완하는 당-청 가교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 위원의 특위 위원장 내정은 차기 의장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당 지도부는 20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향후 정국 및 당 운영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입당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이승헌 yongari@donga.com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