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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 더 서럽다

Posted May. 18, 200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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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은 여전=최근 송광수() 검찰총장은 수사관행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 이어 박태영() 전남지사까지,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자살한 이후 나온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해 취재에 응한 피의자들은 물리적 폭력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검사들의 거친 말과 욕설 등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는 피의자들은 많았다.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은 50대 중반의 A씨는 서른 살쯤 돼 보이는 검사한테 3시간 동안 조사받으면서 들었던 가장 점잖은 욕이 개였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보다 더 가슴에 맺히는 일이 책상을 걷어차고 욕설과 반말을 하던 그 검사의 작태라고 말했다. 해당 검사는 큰소리를 친 일은 있지만 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B씨는 수사검사 중에 남모 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합리적이고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수사를 하는 것 같았다며 다른 검사들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검사나 수사관들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었다. 대검의 한 수사관은 때려서 다친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우리가 고객 상담하듯이 조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피의자 압박하기=피의자들은 언어폭력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검찰이 가족이나 친지의 약점을 잡아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검사는 춘향이가 수청을 들게 하려면 (춘향이 어머니인) 월매 목에 칼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피의자에게서 자백을 받기 위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약점을 잡아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말이었다.

또 검찰 내부 환경도 문제다. 구속된 피의자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 하나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검찰청사 내 구치감이다.

독서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구치소와 달리 구치감에서는 포승줄에 묶인 채 조사 차례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수감자들 사이에서 감옥보다 지독한 곳으로 통한다.

김모 변호사는 필요한 진술을 하지 않을 경우 하루 종일 구치감에 대기시키거나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만 한 뒤 돌려보내는 식으로 진을 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실도 문제다. 특히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의 일부 조사실이 그렇다. 정 회장과 남 전 사장이 조사를 받았고 2002년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의 공통점은 육중한 철문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은 한 기업인은 철문이 철커덩 하고 닫히는 순간 여기서 못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철문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검토해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