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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던 차도 안타는데 중고차 팔릴리없지요

굴리던 차도 안타는데 중고차 팔릴리없지요

Posted May. 23, 200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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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내수 불황에 고유가까지 겹쳐 국내 중고차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가라앉기 시작한 중고차매매시장이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 닫는 매매상들=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서서울자동차매매시장.

길 한쪽에 도로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중고자동차상가에서 나온 속칭 떠방들이 도로 한 복판까지 나와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

손님을 부르던 8년 경력의 중고차 판매상 김모씨(36)는 오가는 행인조차 뜸해지자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그는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면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서울 중고자동차매매소. 1만평 위에 서 있는 차량만 해도 500여대에 이르지만 손님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양동에서 A자동차판매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모씨(43)도 하루에 적어도 7, 8대는 팔아야 사무실 유지가 가능한데 요즘 4, 5대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가양동 시장에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관리사무소에서 전기를 끊어버린 곳이 늘었다. 인근의 한성자동차사업장에 입주한 27개 상사 중 4개 업체도 최근 임대료를 내지 못해 문을 닫은 실정. 한성자동차사업지부의 유광영 사무장(43)은 우리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 중 절반도 안 되는 10여 군데만이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는 상태라며 임대료를 2년간 내지 못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차는 특히 애물단지=서울의 대표적인 중고차 거래시장인 이곳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불황 때문에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찾는 손님이 많았던 것.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깊어지자 올해 들어서는 중고차를 찾는 사람마저 줄어들고 있다.

판매상 김모씨는 외환위기 때는 헐값 급매물이 많아 그나마 이윤을 남길 여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헐값 매물은 없고 사는 사람이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체마다 문의전화는 심심찮게 걸려왔다. 대부분 차를 팔고 싶다는 내용. 중고차 딜러 박모씨(46)는 팔겠다는 전화만 하루에 10여 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장안동의 한 매매업체 사장은 휘발유값이 오르자 특히 휘발유 승용차가 매물로 많이 나온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경유차나 LPG차만 찾는다고 말했다. 차종별로 수급이 맞지 않다 보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

장안평 자동차매매사업조합 문형옥 이사장은 특히 배기량 2000cc가 넘는 대형 휘발유 승용차가 가장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