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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첫 주연 맡은 김정은

Posted May. 27, 20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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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의 여왕 김정은(28사진)에게 코믹 연기는 필살기인지 모른다.

영화 가문의 영광(2002년)에서 엽기 발랄한 조폭의 딸로 관객 500만 명을 모았고, 멜로 영화 나비(2003년)에서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다 흥행 참패라는 쓴 맛을 봤다.

6월5일부터 방영되는 SBS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밤9:45)에서 김정은은 여주인공 강태영 역을 맡아 다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가난한 파리 유학생인 강태영이 굴지의 자동차 회사 파리 지사장 한기주(박신양)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동안 노출을 자제해온 김정은은 또 이 드라마에서 어깨와 다리선이 드러나는 목욕신도 선보일 예정.

18일 촬영장인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정은은 눈빛도 목소리도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TV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거예요.

SBS 새 드라마 파리의 연인 출연

TV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죠? 보통 TV에서 뜬 뒤 CF도 찍고 영화 출연도 하던데.

저는 거꾸로 됐죠. 통상 영화배우가 되면 TV 출연 잘 안하려고 하는데 저는 매체를 가리지 않아요. 그리고 TV CF로 떴으니 TV에서 좋은 연기로 보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요.

파리의 연인에서 강태영은 어떤 캐릭터죠?

가진 건 없고, 왈가닥에다 천방지축에, 실수 연발에, 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런 역이예요. 제가 좀 많이 까불지만 상대역인 박신양씨가 무게를 잡아줘요. 또 신데렐라 타령이냐고 나무라진 마세요.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고 허황된 꿈을 꾸는 건 괜찮지 않아요?

신데렐라의 마차와 드레스 얘기도 좀 해주세요.

극중에 박신양씨의 파트너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이 나와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극을 끌어가는 중요한 소품이어서 이 목걸이가 돋보이게 드레스는 어깨가 드러나는 단순 디자인으로 골랐어요. 목걸이는 원래 8000만 원짜리로 하려다 잃어버릴까봐 똑같은 모양의 300만 원짜리 짝퉁으로 바꿨어요. 마차는 리무진이고요, 차 앞에서 뒷문까지 한참 뛰어가야 할 정도로 길어요.

TV 드라마 주연도 한번 안 해보고 스타가 된 김정은씨가 바로 신데렐라 아닌가요?

어머, 아니에요. 신인 때 연극영화과 출신들 틈에 끼어 기죽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그녀는 건국대 공예과 휴학중이다). 남의 대사까지 몽땅 외웠다니까요. 그래야 제 대사를 잘 칠(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CF가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CF는 입에 음식이 들어가기도 전에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야 하잖아요.

PD가 주문하는 연기 100% 해내는 컴퓨터

TV와 영화의 차이는 뭔가요?

TV가 더 냉정해요.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버리니까요. 그래서 순발력이 필요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잔재미가 필요하죠.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나비와 불어라 봄바람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는데.

지금도 반성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가문의 성공은 거품이었어요. 이제 제 자리로 돌아온 거죠. 12시 지나자 신데렐라를 태운 마차가 호박으로 변했듯이.

김정은씨는 망가져야 왕자(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운명인가 봐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죠. 그걸 제가 보여드릴 수 있다면 열심히 할 거예요.

연출을 맡은 신우철 PD가 김정은씨는 주문한 내용을 100% 출력해내는 컴퓨터라고 하던데요. 카메라가 뒷모습을 찍다 천천히 움직여 앞 얼굴을 잡을 때 눈물을 한 방울 떨궈 달라고 했더니 그대로 했다면서요?

훌륭한 대본이 훌륭한 연기자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여배우들이 망가져야 뜨는 것 같아요.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공주는 인기가 없다죠? 저도 시대를 잘 타고 난 셈이죠.

10년 전이면 못 떴을 거란 얘긴가요?

전 어떤 경우든 살아남았을 거예요. 호호호.



이진영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