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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지역따라 묘한 시각차

Posted June. 02, 20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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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판에서 밤새도록 고스톱 쳐봐라. 알짜는 벌써 따서 나가 버리고, 잔돈 몇 푼 놓고 네가 땄느니 내가 땄느니 싸우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지역관()을 설명할 때 드는 대표적인 비유다. 알짜는 수도권이고, 나머지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지역을 의미한다. 좋은 것은 다 수도권에 있으니 다른 지역끼리 싸움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론도 시발()은 여기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다르다. 예산과 인사가 한정돼 있고 정서도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 내 영남과 수도권 출신 의원간에 뚜렷한 인식차가 있듯이 지역주의 청산을 내걸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에도 영남과 호남, 충청간의 시각차가 엄연하다. 바로 이해관계 때문이다.

청와대는 영남이 강세다. 비서관급 이상 53명 중 영남 출신이 27명으로 절반이 넘는 51%다. 부산 울산 경남은 그중 20명으로 38%나 된다. 호남 출신은 10명으로 19%다.

반면 당은 영남 약세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영남 출신 당선자는 4명에 불과하다. 김원기() 국회의장 내정자,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호남이다.

김혁규() 의원의 총리지명 문제가 여권 내 호남세력과 영남세력의 잠재적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주로 호남 출신 의원 사이에서는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다. 반면 영남 출신 인사들은 그렇다면 김 국회의장과 천 원내대표는 뭐냐고 맞받아친다.

당 지도부에 의해 없던 일이 돼버린 영남발전특위 건도 마찬가지다. 총선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대구 경북 출신 인사들이 당과 영남간 창구역할을 위해 구성을 요구했으나 특정지역 발전을 문패로 한 특위는 안 된다는 대세론에 밀렸다.

지난달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중앙위원 청와대 만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호남 출신인 노인수() 중앙위원이 최근 언론에 영남발전특위, 영남인사 중용 등의 기사가 나온다. 용어 선택에 신중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영남 출신인 이창룡() 중앙위원이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운 지역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충청 출신 의원들은 영남과 호남의 신경전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충청권의 염원을 여권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데는 만족하지만 인사상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충청 출신 한 의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이 영호남 출신이 될 터인데 충청 출신은 한 명도 없다며 충청 출신이 입각할 수 있도록 당에서 적극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