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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돌풍' 이끄는 김경문 감독

Posted June. 28, 20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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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에 항상 메이드가 되네요. 허허.

카드 게임을 하다 보면 꼭 마지막 1장에 기다리던 카드가 와 족보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날은 대박나는 날.

두산 김경문 감독(46)은 최근의 상승세를 히든카드에 항상 뜬다고 표현했다. 운이 좋다는 얘기.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의 1위 질주를 운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28일 현재 39승1무30패로 단독 선두. 시즌 전 전문가들이 주저없이 꼴찌로 찍었던 팀이 어떻게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그 중심엔 신임 김경문 감독이 있다.

스퀴즈 번트는 없다

김 감독은 올 시즌 70경기에서 단 한번도 스퀴즈 번트(일명 짜내기) 사인을 낸 적이 없다.

기회는 많았지만 이상하게 싫더라구요. 타자가 치는 모습을 팬들이 원하지 않겠어요. 선수들도 억지로 짜내는 점수보다는 쳐서 스스로 해결할 때 더 자신감을 갖게 되죠.

그만큼 팬이 추구하는 공격 야구를 한다는 얘기다.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0-0 동점 9회말 1사 3루에서 끝내기 스퀴즈를 대겠는가? 김 감독은 아니다. 그런 야구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9회말 끝내기 스퀴즈는 사실 가장 김빠지는 작전이다.

무승부가 없다

두산은 올해 무승부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무승부.

무승부는 지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연장전으로 가면 투수들이 혹사당해야 하고 야수들도 지쳐 다음경기에 영향을 받게 되니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죠. 경기 막판 무승부로 가기 위한 작전은 안합니다.

선수를 믿는다

24일 문학 SK전. 1-2로 뒤진 9회 무사 1,2루 찬스가 왔다. 타석엔 중심타자 홍성흔. 열이면 열 보내기 번트 상황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신 강공 작전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 팀에서 타점이 가장 많은 선수가 홍성흔이다. 그런 선수를 놔두고 누굴 믿겠는가.

홍성흔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후속타자의 안타로 두산은 5-2로 역전승했다.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다

두산엔 올 시즌 주전자리를 꿰찬 신예들이 많다. 손시헌 강봉규 유재웅 이승준. 지난해 마무리 훈련과 겨울훈련을 하면서 김 감독이 점찍었던 선수들이다. 그는 이름은 없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이 선수들을 주전으로 내보냈고 모두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7일 한화전에선 왼손에 강한 이승준을 5번 자리에 배치했다. 이승준은 결승 솔로홈런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두산 야구가 항상 이런 식이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선수는 이에 보답한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