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LG-SK '마운드 보직파괴'

Posted July. 02, 2004 22:05   

中文

덕수정보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투수들은 선발과 마무리가 따로 없었다.

1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가 잠시 야수로 내려가 숨을 돌린 뒤 경기 막판 다시 등판해 불을 끄는 일을 반복해야 했던 것. 에이스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다급한 승부의 고비라도 맞게 되면 역할을 바꿔가며 특정 선수를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프로야구를 보면 이런 고교야구를 보는 듯하다. 거세게 불고 있는 포지션 파괴 바람이 그것이다. 특히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하위권 팀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1일 현재 시즌 팀 최다인 7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7위 LG는 소방수 진필중을 11개월여 만에 선발투수로 보직 변경했었다.

진필중은 1995년 두산에 입단해 시즌 최다인 42세이브를 기록한 구원 전문. 올해 기아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4년에 30억원의 거액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4패12세이브 평균자책 5.68의 초라한 성적. 불 끄라고 내보내면 오히려 불을 더 키우니. 보다 못한 LG 코칭스태프는 지난달 내내 진필중을 2군으로 내려 보내 선발 수업을 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 등판시켰지만 3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 1볼넷으로 5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진필중 카드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LG는 1일 다시 진필중을 2군으로 내려 보내는 강수를 뒀다.

6위 SK 역시 31승7무33패로 5할 승률을 밑도는 가운데 선발 엄정욱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는 변칙 용병술을 썼다. 엄정욱은 지난달 29일 문학 기아전에서 5-4로 간신히 앞선 9회 1사 후 등판해 한국 최고 스피드 타이인 시속 158km의 직구를 뿌리며 첫 세이브를 따냈다. 짜릿하게 뒷문을 지킨 기쁨도 잠시, 엄정욱은 2일 잠실 LG전에선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것저것 따질 여유도 없이.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