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3대 천재의 한 사람인 벽초 홍명희( )가 쓴 소설 임꺽정은 우리말의 보물창고다. 이효석은 조선어휘의 일대 어해()라고 평가했고, 한설야는 천권의 어학서를 읽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근래에는 김주영과 고() 이문구도 우리말 구사에 일가견이 있었다. 국어사전을 찾아 가며 그들의 글을 읽는 재미는 영어사전을 뒤져 가며 영문학 원서를 읽는 것에 비할 바 아니다.
동아일보가 최근 국립국어연구원 동아닷컴 케이티문화재단과 펼치고 있는 우리말 다듬기 운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 리플(reply)이란 용어를 댓글 답글 덧글 같은 우리말로 바꿔 정착시킨 것처럼 불필요한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가는 외래어 순화 운동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www.malteo.net)와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외래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제안하고 국어연구원이 그중 몇 개를 골라 네티즌의 투표로 당선작을 정한다.
첫 순화 대상인 웰빙(well-being)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104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국어연구원은 이 가운데 참살이 튼실 잘살이 행복찾기 금빛 등을 후보작으로 압축해 온라인 투표에 부친 결과 참살이가 47%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2차 순화 대상인 스크린도어(screen door)의 경우 살피문 차단문 울타리문 안전문 안전담 안전울 등 300여건의 제안이 답지했다. 당선작 최초 제안자는 푸짐한 상품과 함께, 훗날 순화한 용어가 널리 쓰여 사전에 오를 경우 이름이 실리는 영예를 안게 된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옥스퍼드대사전에는 시조 양반 한글 김치 태권도 온돌 막걸리 등 12개의 우리말이 수록돼 있다. 총 35만 단어가 수록된 최신 개정판에는 다마곳치 밀레니엄 버그 마우스 포테이토 같은 1970년대 이후 각국의 신조어 2000여개가 수록돼 있다. 개인이 우리말로 순화한 외래어가 국어사전은 물론 외국의 유명사전에 수록된다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