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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미국 부통령

Posted July. 21, 20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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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 승계 1순위이며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은 18만1400달러라는 연봉만으로 본다면 웬만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미 부통령의 역할과 위상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부통령의 위상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대단했던 것은 아니다. 초대 부통령 존 애덤스는 부통령을 인간의 머리로 고안해낼 수 있는 가장 보잘것없는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 부통령을 지금처럼 대통령 후보가 지명한 후보를 투표로 선출한 것은 1804년 수정헌법 12조가 제정되고 나서였다. 3대까지는 정부통령 후보가 따로 없었다. 선거인단이 2표씩 투표권을 행사해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 차점자가 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때문에 2대 대통령과 부통령은 소속 정당이 달랐다. 부통령의 여러 역할 가운데 하나는 미래의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이 8명,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부통령이 5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후보로 지명된 뒤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할 때까지이다. 미국에서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과 최종 투표용지에 이름이 올라갈지를 놓고 관심을 끌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인 것도 이 때문이다. 부통령 후보는 보통 득표를 고려해 대통령과의 출신 지역이나 이념 성향을 안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이유로 지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에드워즈 후보는 지역 안배의 경우이지만 체니 부통령은 다양한 국정 경험이 고려됐다.

부통령제의 장점으로는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점과 대통령을 확실하게 도와주도록 국민이 선택한 2인자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자유당 정권 때까지 있었던 부통령제가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거치면서 폐지됐다. 부통령은 없어졌지만 역대 정권에는 선출도 검증도 되지 않은 2인자는 많았다. 한국에도 대통령을 풍부한 국정 경험으로 도와줄 수 있는 선출된 2인자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