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하와이 등지에서 부동산을 매입한 국내투자자 가운데 탈세 혐의자 3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또 거짓 해외투자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9개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탈세혐의가 있는 이들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8일부터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기업자금을 불법 편법으로 미국으로 빼돌린 뒤 현지 부동산을 사들인 탈세 혐의자 19명 부동산 매입금액보다 소득이 두드러지게 적은 사람 13명 위장 해외투자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외화를 유출한 혐의가 있는 기업 9곳 등이다.
주요 탈세 혐의 유형=국세청의 이번 발표는 일부 부유층의 재산 해외도피설이 사실이며, 이들의 도덕 불감증(모럴 해저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위치한 모 학원 설립자 A씨의 경우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인과 배우자, 자녀 이름으로 미 뉴욕에서 부동산 7건을 400만달러(약 46억원)에 사들인 뒤 이 가운데 5건을 230만달러(약 26억4500만원)에 되팔았다.
그러나 A씨는 본인 21건에 22억원, 부인 5건에 4600만원, 자녀 13건에 7억7800만원 등 모두 30여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국내에 재산이 없다는 핑계로 한 푼도 내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A씨는 올해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유학비로 8만달러(약 9200만원)를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고 A씨의 다른 자녀는 소득이 없으면서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01평형 아파트(시가 38억원) 등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B씨는 본인이 대표인 1인 회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설립한 또 다른 법인을 통해 이 회사에 650만달러(약 74억7500만원)를 투자자금으로 송금한 뒤 이를 빼내 400만달러(약 46억원) 상당의 콘도미니엄을 사들였다.
외국법인 국내지점 대표 C씨는 회사자금 5억원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빼낸 뒤 대학교수인 배우자와 짜고 1998년 이후 2001년까지 모두 62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밀반출했다. 그는 이렇게 빼돌린 자금으로 2001년 미국에서 79만달러(약 9억원) 상당의 콘도미니엄 2채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벌과 대책=국세청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외화를 빼돌린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고 부정한 수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는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모두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다음 달 중 1만달러 이상 고액 해외 송금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외환거래 조기검증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하는 한편 중국 호주 등지의 부동산 투자자에 대해서도 세금 탈루 여부를 조사하는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황재성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