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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보터가슴(Vortergasm)

Posted October. 22, 20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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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집에서 화장을 하고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단옷을 날아갈 듯 입고 남자들을 만나봐. 그네들이 약이 바짝 올라서 우리와 동침하지 못해 야단이 날 테니. 바로 그때 딱 거절하는 거야. 그러면 부랴부랴 휴전을 하게 된단 말이야.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리시스트라테에 나오는 대사다. 작품의 시대 배경은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기원전 404). 아름답고 똑똑한 아테네의 유부녀 리시스트라테가 여성들을 선동해 섹스 파업으로 남자들을 굴복시키고 전쟁을 끝내게 한다는 줄거리다.

최초의 반전() 연극이라 할 리시스트라테는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에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전쟁을 반대하는 연극인 모임 주도로 리시스트라테 대본이 세계 도처의 극장에서 낭독된 것. 당시 덴마크의 한 여배우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부인은 남편들이 그 짓거리를 그만둘 때까지 동침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평화가 없으면 섹스도 없다(No Peace, No Sex)는 선언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지목받은 유명 여류인사들의 비협조 때문이었나?

이번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섹스 거부 위협이 등장했다. 투표자(Vorter)와 오르가슴(Orgasm)을 합성한 보터가슴(Vortergasm)이란 인터넷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과는 차기 대선 때인 2008년까지 섹스를 하지 않기로 맹세하는 캠페인이란다. 사이트 대변인은 투표와 섹스는 미국인이 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란 생각이 든다.

슬며시 엉뚱한 상상이 떠오른다. 만약 우리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여야 국회의원, 노동계 교육계 등 모든 사회단체 간부의 부인들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간다면?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정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말이다. 잘만 되면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온갖 분열 요인들이 한 방에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