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이용한 광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100여명의 가담자가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모으고 사전에 치밀하게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따라 비슷한 수법과 규모의 수능 부정행위가 다른 시도의 고사장에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첩보 수집을 지시했다. 교육당국은 부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드러난 사건 개요=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21일 주범인 광주 S고교 L군(19) 등 광주시내 4개 고교 재학생 6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주동자 외에 20일 밤 이번 사건과 연루된 수험생들과 이들을 도운 후배 학생 12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 가담자가 수험생 60여명(이 중 20여명은 답안을 받기만 했음)과 이들을 도운 후배 40명 등 100여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수험생 40명은 단체 구입한 송신용 및 수신용 휴대전화기 2대를 가지고 고사장에 들어가 가()답안을 광주 북구 용봉동 H고시원에 미리 대기시켜 둔 후배 40명에게 보냈다.
후배들은 가답안을 바탕으로 모범답안을 작성해 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처음부터 부정행위를 모의한 수험생 40명과 다른 수험생 20여명에게 다시 보냈다는 것.
경찰 조사결과 중고교 동창인 이들은 9월부터 범행을 준비했으며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 온 대학생 3명의 명의로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송수신이 가능한 바(Bar)형 휴대전화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했다. 이후 수차례 예행연습을 했고 시험 전날 후배들을 고시원에 집단투숙토록 하는 등 치밀한 모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총 58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이들의 음성통화 내역 및 메시지 송수신내역을 확인중이며 가담자의 소재 추적과 함께 추가 가담자 존재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수사 확대=경찰청은 이번 부정행위가 해마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수험생이 치러온 국가시험에서 자행된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적발된 부정행위자에 대해 엄중 처벌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인터넷 등에서 떠돌던 수능 부정행위 제보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지방경찰청별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수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주 사건에서 아직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만약 개입이 드러나거나 다른 지역에서 유사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전국적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당국 대응=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협의해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교육부는 무선기기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몸수색이나 감독관 추가 배치, 전자검색대 전파차단기 설치, 문제지 유형 확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도 막대한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소지 등의 논란이 있어 실제 시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권 이인철 goqud@donga.com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