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군위안소 설치와 군위안부 존재를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도쿄고법은 15일 중국 여성 4명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함께 총 9200만 엔(약 9억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원고들은 중국 산시() 성에 사는 77세 여성 등 4명으로 194244년 산시 성을 침공한 일본군에게 납치돼 주둔지 등에 설치된 군위안소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금당한 기간은 최단 6일에서 최장 5개월로 이들은 아직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에는 군위안소가 설치되었으며 일본군 관리 하에 여성을 두고 성적 봉사를 시켰다고 군위안부의 존재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했다.
또 일본군이 주둔지 부근에서 당시 어린 소녀를 포함한 원고들을 납치해 군위안부로 삼고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원고 측 주장도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도쿄고법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시효소멸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국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시 공동성명에서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중국민 개인의 배상청구권 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전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국제관습법 상 존재하지 않으며 일본 민법에 따른 청구권도 20년을 경과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원고들은 판결 후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불리한 판결로 상고하겠다면서 재판부도 사실로 인정한 만큼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중국인 군위안부 피해자들은 당시 불특정 다수에게 연일 성폭행을 당한 정신적 고통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1995년 제소했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