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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 가시고 FOOD 오세요

Posted February. 27, 200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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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밀리고 외식업체 뜬다=서울 구로구 구로동 C건물주도 최근 건물의 1층 세입자를 은행에서 피자헛으로 바꿨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에 은행이 난색을 표시하자 주저하지 않고 빌딩의 간판 얼굴을 바꾼 것.

이 건물주는 은행이 나가고 외식업체가 들어오자 같은 건물에서 장사하고 있는 다른 세입자들이 더 반긴다며 빌딩 이름도 사실상 피자헛 빌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커피빈코리아도 서울 명동점, 명동타워점, 광화문점 등 금융회사가 들어 있던 건물 1층에 200평 안팎의 초대형 점포를 냈다.

테이크아웃 커피문화 바람을 일으킨 스타벅스는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로비 등 아예 은행의 심장부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건물주가 은행 입점을 꺼리는 이유=얼마 전까지 은행점포가 입주한 빌딩은 같은 상권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건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주5일 근무제 시행과 인터넷 뱅킹의 활성화로 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은행은 오후 4시반 이후에는 문을 닫아 유동인구 흡인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저녁시간대에 건물 1층의 불이 꺼져 다른 세입자들의 영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건물주들의 주장이다.

또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건물주들은 점차 월세를 선호했으나 은행들은 전세를 고집해 재계약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들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점포를 줄이거나, 새로 점포를 내더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층 자동화기기 코너, 2층 점포 형태로 꾸며지고 있다.

외식업체의 후광효과=회사원 김혜미 씨(27여)는 일단 명동에 오면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나 주변 상가에서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만남과 쇼핑의 출발점이 된 것.

실제로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명동빌딩은 1990년 이후 국내 최고 금싸라기 땅이었던 서울 중구 명동 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 터를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 됐다.

외식업체가 들어가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최근 서울 남영점, 천안 신부점 등 재래식 영화관 터에 새 점포를 낸 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점포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과거 명동 상권은 우리은행 명동지점 앞 명동길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이제는 스타벅스 등이 입점해 있는 중앙로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집객효과 면에서 외식업체가 은행보다 더 낫다고 지적했다.



이강운 김현수 woon90@donga.com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