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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피해자 등치는 사기 기승

Posted March. 08, 20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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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징용으로 고생했던 김모(87전남 화순군) 씨는 최근 일제강점기 한국인피해연구소의 사무국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사람은 여기는 정부 보조로 설립된 연구소인데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제출할 서류 작성 수수료로 15만 원만 내면 보상을 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올 2월부터 진상규명위원회가 접수를 받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방법을 몰라 망설였던 김 씨는 인적사항과 돈을 보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사무실로 전화해 봤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진지 오래였다.

정부가 일제 강점기 피해보상을 약속한 이후 이런 종류의 사기사건이 벌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같은 수법으로 687명에게서 수수료 명목으로 1억5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8일 고모(7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중구에 2차대전 한국인희생자 권익문제연구소라는 사설단체 사무실을 연 뒤 한국인들에 대한 피해보상금 청구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해 승소했으며, 일본 정부가 한국인 피해자 72만 명 몫의 임금 8조7000억 원을 법원에 공탁해 놓았다며 피해자 모집에 나섰다.

고 씨는 일본 정부가 관련서류를 갖고 있지 않아 78세 이상만 되면 징용 여부와 관계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 말에 속은 양모(54) 씨는 친인척 중 강제징용 대상자가 없는데도 시아버지 등 6명 몫의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 씨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실제로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던 태평양 전쟁희생자 유족회 부산지부에 근무한 적이 있지만 회원들로부터 받은 회비를 횡령한 것이 적발돼 2001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또 2003년 말에도 같은 수법으로 6000여 명에게서 1인당 20만50만 원씩 받아 총 13억여 원을 가로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았으며 집행유예 기간 중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보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20개 안팎의 단체 중 수수료 명목의 돈을 챙기는 단체는 사기단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도 최근 이처럼 피해를 호소하거나 실제로 돈을 받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자 홈페이지에 접수 및 보상금 관련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띄우기도 했다.



정원수 정양환 needjung@donga.com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