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일 일본 연립여당 대표단을 통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일본의) 새로운 사죄와 반성이 아니라 과거에 행한 사죄와 반성에 합당한 행동을 실천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친서에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했던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 언급과 함께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노 대통령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을 비롯한 연립여당 대표단 9명을 접견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노력에 대해 의미는 평가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친서에 그 같은 내용이 들어 있더라도 새로운 반성과 사과를 더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일본이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 일본 측이 야기한 독도, 역사교과서 등의 암초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양국 관계는 다시 암초에 걸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친서 내용에 대해 다케베 간사장은 노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을 앞두고 고이즈미 총리를 만났을 때 (일본이) 솔직히 과거를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평화국가로 걸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친서에는 노 대통령의 31절 연설에 담긴 한국 측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