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여보, 나 그랬지? 전쟁영화의 고전()이 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오는 마지막 대사다. 노인이 된 라이언이 가족과 함께 존 밀러 대위의 묘비 앞에서 옛날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라이언 일병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밀러 대위와 부대원 8명이 전장()을 누빈다는 이 영화는 애국과 보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4형제 중 셋이 전사한 라이언 집안의 막내까지 희생시킬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결정부터가 인상적이다. 결국 부대원 여러 명과 라이언의 목숨을 맞바꾼 셈이 됐지만, 라이언은 전후()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 전우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한 가족의 비극도 외면하지 않는 국가였기에 병사들은 목숨을 바쳐 명령에 따랐을 것이다. 그 희생 위에 살아남은 자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국가와 국민 관계의 모델이 거기 있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625전쟁에서만도 우리 군은 15만8000여 명의 전사실종자와 45만 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야 했다. 이들 호국 영령이 오늘의 대한민국과 4700만 국민을 있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선열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국가는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 얼마 전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부인이 한국이 싫다며 이민을 떠나도 정부는 침묵했을 뿐이다. 너무 부끄러워 외면한 걸까.
군 당국이 625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본격 추진한다는 소식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육군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히 훈장 찾아주기 활동을 벌였지만 아직 훈장 9만800개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사순직자 중 유가족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61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운동이 호국보훈의 달 6월에 때맞춘 전시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명의 애국선열 가족이라도 더 찾으면 애국의 의미는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