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시작된 탐험사에 제가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한 획을 긋게 돼 영광입니다.(박영석 씨)
나의 주니어(내 아들 또는 후계자)여, 정말 믿기지 않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 당신의 강한 도전 정신이 부러울 뿐이다.(에드먼드 힐러리 경)
산악인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산악계 대부와 신예 스타가 반가운 포옹을 나눴다.
지난달 1일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남북극점 포함 지구 3극점 도달을 모두 이루는 것)을 달성한 박영석(42골드윈코리아 이사, 동국대 산악부 OB) 씨가 최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에드먼드 힐러리(86) 경의 자택을 방문했다.
1953년 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등정한 힐러리 경과의 만남은 지난해 2월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뒤 귀환 길에 이어 1년 3개월 만에 두 번째.
박 씨는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라고 말하자 힐러리 경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역시 산사나이들이라 화제는 덕담에서 곧바로 탐험 이야기로 옮겨갔다. 박 씨가 선물로 준비한 히말라야 8000m급 14좌와 남북극 등이 그려진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 기념 반다나(bandana등산용 다목적 수건)를 꺼내자 힐러리 경은 14좌를 등정하는 데 몇 년이나 걸렸나. 남극과 북극은 상당히 다른데 어떤 방식으로 했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힐러리 경은 박 씨의 나이가 마흔두 살이라는 대답을 듣자 한동안 말없이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아직 젊은 나이야. 할 일이 많지. 50여 년 전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무척 힘들었지만 패기 하나 만큼은 정말 대단했지.
힐러리 경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박 씨는 이제 어딜 도전할 텐가라는 물음에 내년에는 에베레스트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힐러리 경은 나도 가고 싶네. 날 업고 갈 생각은 없느냐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힐러리 경은 재작년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차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뒤 건강이 악화됐지만 1시간 가까이 계속된 환담에서 피곤한 기색 없이 마냥 즐겁게 그의 주니어를 맞이했다.
두 산악 영웅은 히말라야에서 주로 쓰는 인사말인 힌디어 나마스테를 외치며 합장을 한 뒤 아쉬운 이별을 했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