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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세기 미술 여행

Posted June. 16,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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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덕수궁에 가면 20세기 대표적인 서양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피카소, 블라맹크, 몬드리안, 칸딘스키 같은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세기 미술은 다양한 흐름과 유파를 쏟아 냈다. 파란만장한 20세기였던 만큼 미술도 백가쟁명의 시대처럼 부침이 계속됐던 것이다. 110년 역사의 네덜란드 스테델리크미술관에서 가져온 전시작품 100여 점에는 근현대사의 명암이 녹아 있다.

이 전시회는 교과서에 수록된 미술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현대미술 교과서전으로 명명됐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미술과 역사의 연관성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은 인간생활에 편안함과 여유를 가져오면서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화가들은 보통 사람을 그림 소재로 다루기 시작했고 화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일에 눈을 돌렸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피카소의 작품은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미술에 도입했다. 캔버스가 갖는 평면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3차원의 입체적 표현을 시도한 그의 그림은 20세기 초반을 장식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예술가들은 비극의 폐허와 잿더미 위에 눈물 흘리고 절망했다. 화가들은 제각각 대응했다. 어떤 화가들은 자유와 해방의 이상을 표현하고 어떤 이들은 현실적 생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현실 너머에 있는 초현실적인 뭔가에 기대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그 과정에서 파생된 추상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여러 미술 사조를 망라한다.

그들의 깊은 고뇌를 읽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당시 사람들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탓이리라. 같이 20세기를 살았던 화가들마저도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래도 20세기 미술을 돌아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전시장에는 거장들이 저마다 예술의 경지를 뽐내고 있고 전시장 밖에는 초여름 고궁의 신록이 싱그러운 빛의 잔치를 벌인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들러봄 직하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