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벗었다. 매섭게 추운 12월, 일부는 나체로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누드달력을 찍어 팔았다. 지난해 독일 대학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료, 즉 모두 국가 장학생으로 공부하던 대학생들이 등록금 제도 도입 움직임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다. 그 추위가 물러가기도 전에 독일 헌법재판소는 무상교육 폐지를 결정했다.
돈은 권력이자 자유이기도 하다. 독일은 대학의 무상교육 덕분에 고등교육 기회가 확대됐지만 정부의 간섭 역시 무한()에 가깝다. 신입생 선발부터 커리큘럼, 교수활동까지 대학이 정하는 건 거의 없다. 독일 대학시스템은 평등의 이름으로 성공을 처벌한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전할 정도다. 공짜공부라 몇 년씩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도 많다. 청년실업률 줄여 주는 주차장 대학이라고 할 만하다.
김진경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유럽은 대학 학생 선발을 국가가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썼다. 초중등교육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사회 고급 역량 형성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는 불행히도 지적 능력의 추락이다. 지난해 유럽위원회가 발표한 세계대학순위에서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제외한 톱10은 모두 미국 대학이 차지했다. 2010년까지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자던 리스본 협약은 우수 두뇌 부족으로 인해 이미 실패로 기울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교육 기회 보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때 참여정부는 대학 신입생 선발의 관장뿐 아니라 대학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뛰어난 대학에서 공부한 뛰어난 인재만이 국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영국 런던대 앨리슨 울프 교수의 연구결과다. 자칫하면 허파에 바람만 가득 든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뿐이다. 독일 정부도 뒤늦게 엘리트 대학 10곳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운동권적 교육관 때문에 이 땅의 잠재적 엘리트들이 땅을 칠 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