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엄마 정말 사랑해요, 승현.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유승현(22한국체대 4년)은 경기를 앞두고 어머니 이강순(53) 씨에게 똑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6번이나 보냈다. 홀몸으로 13년 동안 자신의 뒷바라지에 혼신의 힘을 다해 온 어머니를 생각하면 투지가 활활 타오르기 때문.
유승현이 29일 캐나다 몬트리올 장드라포 공원 야외 풀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평영 200m 예선 3조에서 2분 17초 89를 기록해 윤주일이 1992년 세운 종전 한국기록(2분 18초 27)을 13년 만에 0.38초 앞당겼다.
이로써 대회 첫날 평영 100m에서 생애 첫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던 유승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2경기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대회 5일 동안 6번째 한국 신기록.
유승현은 이날 스타트부터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이날 예선 출전자 중 유일하게 출발대 앞쪽을 손으로 잡는 그랩 스타트(grab start) 대신 몸을 구부린 채 팔을 흔들거리는 와인드업 스타트(wind-up start)를 했다. 실격당할 위험이 높지만 좀 더 빠른 출발이 가능하기 때문. 결과는 대성공.
한국 신기록 작성 후 유승현의 첫마디는 역시 고생하신 어머니께 2개의 신기록을 모두 바칩니다였다.
유승현이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1992년 대구에서 열린 소년체전에 출전한 그를 응원하러 대구로 향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이후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수영장을 찾아다니며 수영용품을 판매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며 그를 선수로 키워 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래 줄곧 자유형 단거리를 뛰던 유승현은 대학에 입학한 2002년 슬럼프에 빠져 대표팀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생존을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선수층이 얇은 평영으로의 전환. 평영은 초등학교 4학년 이래 9년 만이었지만 국내 랭킹 2위에 들어 국가대표로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고 이후 평영으로 주 종목을 굳혔다.
마이클 펠프스(20미국)는 이날 남자 개인혼영 200m에서 1분 56초 68로 우승해 대회 3관왕에 올랐고 아테네 올림픽 수영 여자 접영 200m 금메달리스트 오틸리아 예드르제이초크(22폴란드)는 이날 같은 종목 결선에서 2분 05초 61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