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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안식처 동남아 어때요

Posted September. 26, 20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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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필리핀의 고산도시 바기오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원영(61) 김순옥(60) 씨 부부는 이곳에서 비로소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제2의 인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바쁘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며 평생을 이곳에 머물며 1년에 한두 번씩 자식들이 있는 한국에 드나들며 살겠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국의 은퇴자를 유치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에 참가해 쿠알라룸푸르 근교에서 살고 있는 황의준(72) 오희순(71) 씨 부부는 세계 각국의 온갖 음식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식도락가인 우리 부부가 맛있는 음식 찾아다니며 살기에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친구 두 가족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곳에서 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친구들까지 이곳에 정착하면 노후가 더욱 풍요로울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크게 모아둔 재산이 없는 보통 한국인이 은퇴 후 연금 수입이나 임대료 등 월 200만 원 안팎의 고정수입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이들 국가를 17일간 둘러보며 취재한 결과다.

필리핀의 바기오와 앙헬레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보르네오 섬), 네팔의 카트만두와 포카라, 태국의 방콕과 치앙마이 등에서 노후를 보내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현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태국 북부의 관광문화 도시인 치앙마이에서 사는 김호운(71) 한영숙(68) 씨 부부는 치앙마이는 우리가 경험한 곳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외국 생활에서 오는 무료함과 외로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의 생활비는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부부 기준으로 필리핀은 월 200만 원, 말레이시아는 220만250만 원, 네팔은 150만 원, 태국은 200만22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가사 도우미를 두고 골프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은 물론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에 다녀가는 여비까지 포함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것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혹은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도 은퇴 시기는 앞당겨지는 추세와 더는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은퇴 후를 대비하는 것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생활비는 적게 들면서 환경과 기후 조건은 좋은 동남아 국가에서의 생활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취재는 많은 독자의 문의와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40대 중반 이후로 서울을 기준으로 평균 32평형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으며 200만 원 전후의 연금소득이나 임대료 소득을 예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겨울을 포함한 1년의 절반은 동남아국가에서, 나머지는 한국에서 살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정동우 fo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