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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계획 어찌하오리까

Posted October. 17, 200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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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제대로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내년에는 경제 변수뿐 아니라 정치 문제까지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 중장기 계획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내년 사업 계획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이 내년도 사업 마스터플랜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경제연구소의 전망치를 토대로 계열사별로 내년도 계획서 작성에 돌입했으나 경영 환경이 워낙 불투명해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특히 지방선거 등 정치 변수도 산적해 있어 뿌연 안개 속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 지경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재계, 내년 사업 계획은 마련해야 하는데

삼성그룹은 지난주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4.8%를 기준으로 계열사별로 사업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는 각 계열사에 그룹 차원에서 만든 내년도 경제 전망 수치를 내려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작업이 더딘 편이다. 구조본 관계자는 통상 10월 중순경 계열사별로 초안을 만들고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과 구조본의 합의를 거쳐 11월 중순쯤 내년 계획을 확정하고 있다면서 대내외적 외풍()이 심해 내년도 사업을 확정짓기가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11월 말경에 내년도 계획을 그룹 차원에서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그룹 측에선 투자 환경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유가 환율 주가 등 주요 경제 변수의 움직임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엔 경제 문제뿐 아니라 불투명한 정치 상황까지도 기업투자계획 수립 때 감안해야 할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환율과 노동시장 부문을 주시하는 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인데 환율 동향과 맞물려 결정에 고심하고 있다면서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노동시장 움직임이 무엇보다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SK그룹은 내년도 경영계획의 원칙으로 긴축 경영을 꼽고 있다. SK의 한 팀장은 기름 값이 올랐다고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길 수도 없어 정유회사로선 고유가가 가장 큰 경영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화그룹과 GS그룹,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도 내년도 신규투자 계획 수립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어서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 정치 외풍() 탈라 불안감

대기업들을 짓누르는 것은 불투명한 경제 변수뿐만 아니라 내년에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권의 소용돌이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기업의 한 임원은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정치권에서 표를 얻기 위한 대기업 때리기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치 상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의 경제정책도 덩달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를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B그룹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역으로 오히려 투자를 더 늘리고 싶지만 내년 선거 결과에 따라 기업 경영을 옥죄는 정치 사회적 분위기가 투자 의욕을 꺾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그룹의 한 임원은 정치권이 표심()을 얻기 위해 대기업을 볼모로 옥죄기를 계속할 경우 그나마 조금이라도 살아나는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말로만 촉구하지 말고 무엇보다 기업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