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발명왕 에디슨이 있었다면 조선에는 장영실이 있었다. 그를 중용한 세종은 장영실이 공교()한 재주를 지녔다고 감탄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물시계인 자격루 같은 위대한 발명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기생의 아들로 태어난 장영실은 지방관청의 노비였다.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노비 출신이 왕의 총애를 받고 정4품의 벼슬에 올랐으니 천재성을 짐작할 만하다.
세계 4대 발명품인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의 발명 재능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측우기, 거북선이 우리 손으로 제작됐다. 과학과 발명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은 조선시대 후기 정약용 같은 실학자들이 서학()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서학은 천주교를 뜻하는 용어가 됐지만 원래는 서양의 발달된 과학기술을 의미했다. 정약용은 유학자이면서도 도르래를 여러 개 연결시킨 거중기를 직접 만들어 수원성을 쌓는 데 썼다.
경남의 김해경원고가 전국의 발명대회를 휩쓸면서 고교 발명왕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최우수학교로 선정됐고, 이 학교 학생들은 세계청소년창조성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다. 이 학교 발명실에는 나도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표어가 걸려 있다. 발명에 참여하다 보면 쉽게 물러서지 않는 도전정신과 남들과 달리 생각하는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발명 전통을 이어가는 패기와 열정이 신선하고 아름답다.
에디슨은 어느 날 나는 하루 4시간 잠자고 나머지 시간은 놀면서 산다고 농담을 했다. 실제로는 발명을 위해 기계를 뜯어보고 조립하는 손놀림을 계속한다는 뜻이었다. 김해경원고가 밝힌 비결도 밤낮없이 발명에 몰두하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는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쇠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앨빈 토플러 박사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한 적이 있다.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학생들 가운데 장영실을 능가할 발명가가 나올 법하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