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부가가치는 무궁무진
패션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브랜드. 유명 브랜드 제품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이런 브랜드 파워는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디자인에서 나온다.
세계 패션업계를 주도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거대 기업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업체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은 루이비통, 펜디, 셀린느, 로에베, 마크제이콥스 등 50여 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만 5만6000여 명에 이른다.
일본도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으로 이세이미야케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장광효 씨는 파리 컬렉션에 한 번 참가하려면 옷값과 현지 홍보비 등 비용만 2억 원이 훌쩍 넘는다며 패션산업은 자본, 조직, 마케팅 없이는 유명 브랜드를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박항치 씨는 정부나 기업이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스포츠에는 후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패션산업에는 눈길을 잘 안 주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파 회장이기도 한 박윤수 씨는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프로골퍼 박세리처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실력 있는 토종 디자이너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컬렉션, 디자이너들의 축제
컬렉션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6개월 앞서 다음 시즌에 유행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을 내놓는 자리. 가을에는 봄여름 옷을, 봄에는 가을 겨울 옷을 내놓는 식이다.
국제적인 컬렉션은 작품 발표회 성격을 넘어 디자인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모티브를 던지는 행사다.
특히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유명 컬렉션에서 주목받은 디자이너의 제품은 그해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컬렉션 성과를 토대로 제품 구매량을 결정하고, 패션 전문기자들은 디자이너의 역량을 평가해 전 세계에 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컬렉션은 아직 바이어들의 구매 등 디자이너의 작품 발표회 수준을 넘어서는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컬렉션은 박항치, 박윤수 씨가 1989년 정기적인 컬렉션을 도입한 게 처음이다. 22일부터 시작하는 스파컬렉션은 올해로 31회째다.
1980년대 중반 도쿄 컬렉션에서 일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고 목이 멜 정도로 감탄했어요. 디자이너들에게 컬렉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입니다.(박윤수 씨)
이들은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뜻있는 사람끼리 모여 사재를 털면서 컬렉션을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장광효 씨는 처음엔 디자이너 선배들이 시어머니 같아 무섭기만 했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선배들이 터를 닦은 덕에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항치 씨는 수입 브랜드 공세와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패션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그러나 컬렉션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기업과 정부의 지원 노력이 있으면 한국 패션업계의 미래는 밝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