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서 몸이 많이 힘들고 괴롭다. 시골에 계신 네 어머니 건강이 더 걱정된다. 국군포로 한만택(72) 씨가 3월 남쪽 조카와 통화한 내용이다. 한 씨는 지난해 말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 통화에서 한 씨는 북송 후 자신이 받았던 고문()은 제쳐놓고 남과 북의 가족 걱정부터 했다. 그제 이 내용을 공개한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은 한 씨가 4월 평남 북창군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남쪽 가족과 납북자가족모임의 최 대표는 그동안 한 씨 송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초 청와대를 방문해 정부가 한 씨에게 수여했던 화랑무공훈장을 반납했다. 손놓고 있는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최 대표는 4월 한 씨의 편지와 사진, 육성 녹음테이프를 받고 10월 말 통일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알려진 수만 해도 500명이 넘는 생존 국군포로의 남쪽 가족에게 이 정부는 대체 어떤 존재인가.
걸핏하면 인터넷에 댓글을 올리는 노무현 대통령부터 원망의 대상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에도 국정브리핑의 해양수산부 기사에 두 차례 댓글을 달았다. 부산 자갈치시장 현대화 사업과 항만인력 공급 체계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 관련 기사다. 국군포로 가족으로선 대통령이 국군포로의 피맺힌 절규보다 자갈치시장 현대화사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탄압과 북한 주민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때의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내일부터 미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북한 인권 국제대회가 서울에서 시작된다. 방한 중인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은 북한 인권은 제기될 때마다 언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국민 국군포로마저 외면해 온 정부는 이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13일 열리는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최소한 한 씨의 송환이라도 성사시켜야 한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