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관인 국제위기기구(ICG)가 일본에 대해 과거사 왜곡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하는 별도의 추도시설(war memorial)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ICG는 15일 발간하는 동북아시아 갈등의 흐름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워싱턴의 베트남 참전용사 묘지나 알링턴 국립묘지 내 무명용사의 묘의 경우 전쟁을 미화한다는 논쟁은 피하면서 희생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좋은 예라며 추도시설 건립은 같은 차원에서의 제안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이 보고서를 14일 미리 입수했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에 대해 내각 구성원들에 한해서라도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본군위안부, 생체실험 대상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공공기금 형태의 펀드를 설립할 것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일본에서는 연립정당인 공명당이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위한 조사비를 내년 정부 예산에 편성할 것을 주장해 왔으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ICG의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일본 내에서 주로 논의되어 온 야스쿠니신사의 대체 추도시설 설립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보고서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국가들의 갈등에 대해 관계국들은 과거사 논쟁과 외교를 연계하는 것을 중단하고 모든 급의 정부 간 대화를 재개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 대해 이성적인 대일() 여론 조성을 위해 중국 누리꾼들이 서방 및 일본 언론(인터넷)을 더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선 과거 일본에서 받은 경제 원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할 것을 주문하고 일본이 추진하는 모든 변화를 군국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미국에 대해선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주모자들을 단죄하자는 차원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한국인 피해자는 현장에 한 명도 없었으며 미국이 일본의 생체실험 관련 결과를 건네받는 대가로 관련 증거를 감춰 주었다는 보고도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동북아 각국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분쟁지역 내 독자적 군사 훈련 중단 정부 간 공식대화와는 별도로 학자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평화기구(East Asia Peace Institute) 발족을 통한 정례적 대화를 주문했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