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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도 영어 술술하고 싶어요

Posted February. 03, 20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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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의 면 지역 학교(19곳) 학생들은 1년 내내 원어민 영어교사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순창군에 원어민 영어교사는 1명. 재미교포 2세인 그는 지난해 9월부터 군내 25개 초중고교 가운데 읍내의 6개 학교만을 돌아다니기에도 바쁘다. 면 지역 학생들은 우리도 미국인 선생님한테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2, 3년 안에는 어려울 것 같다.

충북의 오지인 단양군. 7개 중학교에 1000여 명의 중학생이 있다. 원어민 영어교사는 올해 3년째 근무하는 미국인 데이비드 베이커(54) 씨뿐이다.

그는 중학교를 두 개 조로 나눠 한 한기씩 가르친다. 학생 입장에서는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1년에 몇 차례 얼굴을 보는 데 그친다.

11개 초등학교 중 단양읍내 3곳을 제외하고는 아예 가지 못한다. 베이커 씨는 1주일에 22시간씩 학교를 돌아다니며 가르치느라 늘 피곤하다. 제천시에 배치된 원어민 교사는 6개월을 참지 못하고 말없이 사라졌다.

심화되는 지역 간 영어격차=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영어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전국의 2850개 모든 중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를 적어도 1명 이상 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원어민 영어교사는 221명.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은 1명을 채용하는 데 연간 3500만4500만 원이 필요한데 전액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라는 건 사실상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도교육청은 25명인 원어민 교사를 올해 50명으로 늘리려고 했으나 1명분의 비용만 추가됐다.

전주고 김학산 교감은 서울의 경우 60%의 학생이 열 살 이전에 외국인에게서 영어를 배운 경험이 있다고 조사됐지만 농어촌은 사설학원에서도 원어민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모의 빈부 격차가 자녀의 영어 실력 차로 이어지고, 영어 실력이 다시 학력과 빈부 격차를 낳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가 지역 간에도 빚어지는 것이다.

원어민도 수도권으로 몰려=원어민 교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와 제주를 선호한다. 중소 도시나 농어촌은 주택 등 생활여건이 좋지 않고 문화적 이질감을 많이 느껴 지원자가 적다. 경남북, 전남북, 충북의 농어촌이 대표적인 기피 지역.

농촌에 배치되는 원어민 교사는 대부분 처음 한국에 와서 사정을 잘 모르는 초짜가 많다. 이들이 1년 후 같은 지역에서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충북 단양교육청 최재승 장학사는 수업을 마친 원어민 교사가 즐길 만한 여가시설이 없어 농촌 지역 근무를 싫어한다며 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정부 모두 관심 가져야=최근 경기도와 전남 순천시, 전북 전주시처럼 영어마을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원어민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자 교육부의 배정에 참여하지 않고 해마다 한 번씩 캐나다에 직접 가서 우수 교사를 선발한다.

전북교육청은 전북 지역에 사는 미군 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원 봉사 형식으로 활용한다. 또 호주 대학의 영어과 대학생 교생 실습을 이 지역에서 하도록 했다.

전북도교육청 김효순 장학사는 정부가 농촌 교육을 살리는 차원에서 영어교육 소외 지역에 원어민 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