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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2분만 빨랐어도

Posted February. 11, 200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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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절규했다. 소방서에 두 번 전화하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다. 하지만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신고가 들어갔을 때 인근 소방출장소에는 1명만 근무했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일분일초가 지나면서 아이들은 의식을 잃어갔다.

긴박했던 순간=9일 오후 6시 12분 강원 영월군 서면 쌍용5리 조모(41) 씨 집에서 불이 났다. 조 씨의 딸(6)과 친구 유모(7) 양, 유 양의 여동생(4) 등 3명만 있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조 씨 부부는 집에 없었다. 유 양은 119로 전화해 다급하게 말했다.

신발장에 불이 났어요!

영월소방서 상황실은 어른이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밖에 없다고 하자 집 밖으로 빨리 나와. 밖에다 대고 불이 났다고 소리쳐라고 말했다.

출입구에서 불이 난 탓에 아이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유 양은 창문이 있는데 창문에 뭐 던져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하라는 말을 듣고 유 양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창문이 깨지지 않자 유 양은 다시 119로 전화를 걸었다. (불이) 커지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영월소방서는 가장 가까운 주천소방파출소 쌍용출장소로 출동명령을 내렸다.

대응이 적절했나=영월소방서에는 도착 시간이 오후 6시 19분으로 기록돼 있다. 조 씨의 집에서 600여 m 떨어진 쌍용출장소에서 7분이 걸렸다는 얘기다.

본보는 서울 등 6대 도시의 화재를 분석해 소방차가 신고 뒤 5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일반인이 끄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확산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쌍용출장소의 김모 소방관은 실제 도착 시간은 신고 뒤 3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고 해명했다. 불길이 무섭게 번져나가 인근 주민을 대피시킨 뒤 도착 시간을 뒤늦게 소방서에 알렸다는 것.

불은 집을 모두 태운 뒤 1시간여 만에 꺼졌다. 조 양 등 3명은 불길과 연기를 피해 거실로 안방으로 도망쳤다. 아이들은 안방의 침대와 화장대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명뿐인 소방출장소=소방서마다 지역별로 소방파출소를 두고 있다. 파출소 관할 면적이 넓으면 출장소를 따로 설치한다.

전국적으로 출장소는 755개. 별도로 인원을 배정하지 않고 파출소에서 지원을 나가는 형식으로 운영한다. 대개 2명이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9일 화재 현장에 출동한 쌍용출장소에는 김 소방관 혼자 근무하던 중이었다. 그는 지령을 받고 소방차를 직접 운전해 현장으로 갔다.

혼자서 소방 호스를 연결하고 불을 껐다.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소방방재청은 소방차 1대에 최소 4명의 소방관을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