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의 계룡산 국립공원 통과 노선을 놓고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추진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단체도 물리적 대응을 자제해 제2의 천성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호남고속철 이르면 올해 안 착공=정부는 2017년까지 충북 오송과 전남 목포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을 건설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할 계획이다.
호남고속철이 완공되면 서울목포 간 열차 운행시간은 2시간 58분에서 1시간 37분으로 줄어든다.
정부의 기본계획안은 경부선 분기점인 오송을 출발해 익산광주목포를 연결하는 신설 노선으로 총길이는 230.9km.
차량 구입비 7326억 원을 포함해 모두 10조979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차역은 오송역 익산역 송정리역(광주) 임성리역(목포) 등 4곳.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의 1차 계획안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반발=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와 종교계, 학계가 참여하는 계룡산시민연대(상임대표 지성 신원사 주지)는 계룡산과 금강 통과 노선의 환경성 검토가 부실해 계룡산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주시민들은 중간역을 공주 시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연대 이준원(43공주대 교수) 운영위원장은 기본 안이 국립공원과 910m 떨어져 있지만 열차가 시속 300km 이상 주행하는 노선 주변에는 다양한 천연기념물이 있다며 터널공사, 방음벽 설치 등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계룡산시민연대 회원들은 노선 수정을 촉구했으나 건설교통부가 답변하지 않자 15일부터 공주시 금성동 사무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계룡산에 있는 갑사와 동학사, 신원사 및 주변 사찰도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경남 양산시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노선 반대운동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 주민 의견 수렴하겠다=건교부와 국토연구원은 기본계획안을 토대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계룡산 및 금강의 환경 훼손 정도 오송익산 노선의 수정 및 공주역 신설 등 쟁점 사항을 수정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연구원은 전문가 5명과 충남북, 광주전남북 추천 인사 5명 등 10명으로 의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쟁점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공주지역에서는 정부가 노선 변경 가능성을 애초 구상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반대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남기업인연합회 한평용(52) 부회장은 계룡산 국립공원을 지나는 국도1호선 확장포장 공사도 환경훼손 논란으로 985억 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자료라며 정부가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