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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짜 실업자

Posted February. 20,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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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영국 BBC방송이 가짜 실업자 관련 6부작 시리즈를 방영하기 몇 시간 전, 노동부 장관은 실업급여 개혁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날 저녁 BBC는 몸이 아파 프라이팬도 못 든다며 실업급여를 받는 남자가 집에선 장작더미를 번쩍 드는 모습을 내보냈다. 진짜 일할 능력이 없어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노동부의 개혁안대로 멀쩡한 실업자 100만 명이 취업하면 연 70억 파운드의 세금이 절약된다.

프랑스에선 실업급여가 되레 취업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직한 두 아이의 엄마는 한 달에 950유로의 실업급여를 받지만 취업하면 최저임금 900유로를 받을 공산이 크다. 교통비 등을 빼면 실업 때보다 가난해질 판이다. 1989년에는 37만 명이었던 실업급여자가 지난해 120만 명으로 는 것도 이유가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실베인 샤라트는 임시적 안전망이어야 할 실업급여가 영구 장치가 되면서 빈곤을 키웠다고 개탄했다. 독일이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짜 실업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실업자가 아니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부정 수급자가 지난해 41.3% 급증했다. 이들이 타 간 돈도 2001년 14억4600만 원에서 지난해 38억4500만 원으로 늘었다. 83.6%가 취업을 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지만 정부에서 취업을 적극 지원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노동부는 그동안 직업훈련이 필요한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상담과 지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보완책을 내놨다.

실업급여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탄탄히 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바친 국민의 세금이 가짜 또는 고의 실업자에게 돌아간다면 억울한 일이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정책 때문에 실업자가 늘었는데도 봉급생활자의 세금만 늘린다면 더 불공평하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공무원만 늘리는 정책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