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임기를 마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부터 위원장 공석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강대형()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2003년 3월 이남기() 전 공정위원장이 물러났을 때도 후임 강철규 위원장이 3일 뒤 임명되는 바람에 직무대행 체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이 전 위원장이 아직 임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해 공백이 생긴 것으로 이번과는 사정이 다르다.
공정거래법 제38조 3항은 위원장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위원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아 위원장이 공석이 된 상황을 사고로 해석해야 하느냐를 놓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공정위는 이 조항을 적용할 법적 근거를 찾기 위해 많은 판례를 뒤졌다. 그 결과 찾아낸 것이 1998년 3월 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에 낸 김종필() 전 국무총리 서리 임명처분 무효소송에 대한 판결문.
이 판결문에는 정부조직법에는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직무대행자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사고는 국무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경우라고 나와 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공정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경우로 사고에 해당하므로 대행 체제에 별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만들었다.
공정위의 사고에 대한 해석이 맞다면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후임을 임명하지 않아 공정위원장의 사고를 유발한 셈이다.
후임 위원장은 대통령이 14일 아프리카 순방을 끝내고 돌아온 뒤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 등과 함께 임명할 것으로 알려져 위원장 공석 상황이 길어질 전망이다.
차기 위원장 후보로는 김병일() 조학국() 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현진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