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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싸웠다그대들이 있어 행복했다

Posted March. 20, 200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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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건 삼류일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 그래서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것. 그게 스포츠의 세계다. 공은 둥글고 영원한 승자나 패자는 없다.

한국야구대표팀은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06으로 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초대 챔피언은 21일 오전 11시 시작되는 일본과 쿠바의 결승전에서 가려진다.

하지만 졌어도 더욱 보석처럼 빛나는 그대들. 한국야구대표팀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여.

그대들은 너무나 잘 싸웠다. 여섯 번을 내리 이긴 뒤 단 한 번 졌을 뿐이다.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고, 라이벌 일본에 졌다고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설령 우리가 세계 최강이라 해도 한 팀을 세 번 연속 이기긴 힘들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선 일본이었다. 원래 우리의 목표는 8강에 올라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게 아니었던가.

그대들 덕분에 모처럼 전국은 다시 하나가 됐다. 이른 봄의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잠실야구장, 또 인천 대구 광주 울산 포항 고양에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미국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교민들은 생업을 제쳐놓고 야구장을 찾았다. 애너하임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두 번의 한일()전은 승패를 주고받았지만 응원전만큼은 두 번 다 우리의 완승이었다. 오죽했으면 한일전을 보러온 미국 팬들까지 분위기에 젖어 Dae Han Min Kook(대한민국)을 같이 외쳤을까.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의 홈런 행진은 2년 전 그를 외면했던 메이저리그 구단의 후회 시리즈로 이어졌다.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은 박찬호(샌디에이고)의 투혼은 한때 국민의 꿈과 희망이었던 코리안 특급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부상해 중도하차한 거포 김동주(두산)는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까지 따라와 대표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