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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 경쟁력은 어디 있나요

Posted March. 25, 20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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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스쿨도 한국을 배우고자 합니다.

존 스펙터 와튼스쿨(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이 21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능률협회가 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처음 개설하는 와튼스쿨 최고경영자(CEO) 과정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25년 역사의 와튼스쿨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과 함께 세계 최고의 MBA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이런 와튼스쿨이 한국 기업을 배우기 위해 왔다고 하니 지나친 겸양이 아닐까.

사실 와튼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기업을 잘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한글과컴퓨터가 (MS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에만 있으면 이런 귀한 사례를 어떻게 연구할 수 있겠습니까.

입학식에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이승한() 삼성테스코홈플러스 사장,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 국내 유력 기업인들이 눈에 띄었다.

4개월 과정에 수강료는 2900만 원. 웬만한 미국 석박사 과정의 1년 치 등록금이다. 그런데도 입학 경쟁률은 4 대 1로 웬만한 대학입시 경쟁률보다 치열했다.

이들이 와튼스쿨에서 뭘 배워갈 수 있는지를 묻자 스펙터 부학장은 거꾸로 다음 7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에 도달하는 도구는 무엇인가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최고의 인재를 어떻게 구해야 되나 협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의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제가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경험한 사실이지만 많은 기업이 첫 번째 질문부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스펙터 부학장은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20년간 정보기술(IT)과 통신업체 컨설팅을 맡아 왔다.

7가지 모두 배우려 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됩니다. CEO들은 바쁜 사람들이거든요. 자기 기업에서 가장 필요한 두세 가지 해답만 알아내도 성공한 겁니다.

와튼스쿨 과정은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힘든 관문을 통과한 만큼 전 세계 137개국 8만여 명의 동문들은 모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한국에도 와튼 동문회가 있다. 안용찬() 애경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400명이 넘는다. 이번에 입학한 54명의 기업인도 4개월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와튼스쿨의 동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최고 명문이라는 와튼스쿨이지만 학문에만 치우쳐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세계 상위 100대 기업 CEO 중 아이비리그(Ivy League미국 북동부의 8개 명문대학) MBA 출신이 10%에 불과하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곁들였다.

스펙터 부학장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흥미로운 분석입니다. 비판은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지금 커리큘럼은 25년 전 내가 아이비리그에서 비즈니스스쿨을 다녔을 때보다 훨씬 빡빡합니다. 우리도 항상 교육이 비즈니스 리더를 키우는 데 적합한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가치가 없는 곳에 누가 오겠습니까.

와튼스쿨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지부(office)를 새로 여는 등 아시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교류가 확대되면 2, 3년 내에 한국 지부도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상상(imagine)한다고 그는 말했다.

일부 한국 기업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빅 리그(Big League)에 진입했기 때문이란다.

스펙터 부학장은 한국 기업과 정부에 충고도 잊지 않았다.

기업에는 인도가 소프트웨어 산업,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 미국은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서 경쟁력을 찾은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자신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 대해선 무역 장벽과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며 모든 규제가 사라져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규제를 없애는 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