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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짜여행

Posted April. 03,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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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먼저 시작한 거래는 매춘()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럼 두 번째는? 뇌물을 꼽는 사람이 많다. 딱히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패의 역사는 그만큼 뿌리가 깊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였던 존 누넌은 뇌물이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사회의 골칫거리였다고 뇌물의 역사에 썼다. 당시 이집트 왕조는 처벌을 면하기 위한 선물을 뇌물로 보고 이런 행위를 엄벌했다고 한다.

뇌물과 선물은 구분이 모호하다. 직권()을 이용해 특별한 편의를 봐달라고 건넨 부정한 금품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호감의 표시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후 관계를 따져 보면 금세 감()이 잡히지만 법적으로는 까다로운 문제다.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물이 정치자금이나 떡값으로 둔갑한 경우도 많다. 하긴 뇌물을 뜻하는 영어 브라이브(bribe)에 애초 선물의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열린우리당 의원)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 김대중 정부 시절의 경제정책 실세()들이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와 함께 2000년 9월 부부 동반으로 호주 시드니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더앤더슨코리아 부회장이던 김 씨 측이 여행 경비는 물론이고 올림픽 참관 티켓까지 제공했다고 한다. 김 씨는 DJ 정부가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거의 싹쓸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전 부총리와 강 의원은 시드니 여행 당시 공직()의 현역은 아니었다. 두 사람 다 재경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였다. 강 의원은 이를 근거로 로비를 받을 위치가 아니었다고 펄쩍 뛰는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딸이 김 씨 회사에 취업했던 일을 두고도 스카우트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등장 가능성이 예상되던 인물이었다. 특히 이 전 부총리는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을 낳은 당사자이다. 우리나라 경제관료 조직은 현역과 퇴역 사이의 상호보험 관계가 특징이라는 것을 김 씨가 몰랐을 리 없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