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일원인 토후국() 두바이는 무늬만 중동()일 뿐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를 옮겨놓은 듯한 나라다. 이슬람교국이지만 외국인들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인 하드 록 카페도 진출해 있다.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을 비롯한 고급 호텔과 호화 쇼핑센터, 테마파크 등이 즐비하다. 맹렬한 개발로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인구 120만의 작은 나라에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20%가 몰려 있다는 말도 있다.
두바이를 금융 무역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 것은 올 1월 국왕에 오른 셰이흐 모하메드의 실용주의적 개방정책이다. 그는 왕세자 시절인 1990년대 말 비전 2010과 비전 2020이란 마스터플랜을 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구조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석유가 고갈된 뒤에도 두바이가 살아남기 위한 국가 생존 전략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경제를 말(), 정치를 마차에 비유해 말이 마차를 끌어야지 그 반대는 있을 수 없다는 어록을 낳았다.
두바이의 개발 붐을 타고 한국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건설은 2008년 말 완공을 목표로 세계최고층 건물인 버즈두바이 빌딩(162층, 706m)을 건설하고 있다. 다음달 15, 16일엔 한국의 가전업체 통신사업자 건설사 등 40여 회사가 두바이 측과 공동으로 2006 두바이 텔레매틱스 및 홈네트워크 로드쇼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중년부인들이 두바이의 주택에 눈길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해외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970, 80년대 서울 강남 등 개발지역을 메뚜기 떼처럼 옮겨 다니며 투기에 앞장섰던 복부인들의 해외진출이다. 과거 중동 특수() 때 오일달러가 국내에 유입돼 부동산 투기에 몰렸던 적도 있어, 복부인과 중동의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끈다. 더구나 세계화 시대 아닌가. 참, 아랍어로 두바이는 메뚜기라는 뜻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